벌써 오리엔테이션이라니… 정말 순식간의 일이었다.
갑자기 대학원을 간다고 결심한 후 부랴부랴 입학서류를 준비하고, 면접을 보고, 등록금을 대출받고, 입학식을 하게 되었다.
참고로 입학식 때 동기분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나도 나름 늦었다고 생각했던 40대 중반의 나이인데 입학생들 중 50대 분들이 절반이 넘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대기업을 다니는 분들이나 전문직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누군가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
학기를 시작하려니 제일 걱정이었던 것은 주중 야간 수업이었다.
오후 6시 30분부터 수업이 시작되지만, 나의 퇴근 시간은 5시 30분.
회사에서 학교까지 대중교통으로 1시간 20분정도 걸린다.
(개인 차량으로 이동하게 되면 러시아워 시간이라 차가 막혀서 시간이 더 걸린다.)
전공 필수라서 안 들을 수도 없는 수업이었다.
다행히도 학교에서 이런 직장인들을 배려해 주는 것인지 아니면 이 수업의 교수만 그런 것인지 1시간은 직접 녹화를 한 소위 ‘인강, 인터넷 강의’를 듣는 것으로 하여, 실질적인 수업은 7시 20분부터 시작이 되었다.
퇴근 전 10~20분정도는 눈치를 볼 여유가 생긴 것이다.
와우!
첫 수업을 듣자마자 마음속으로 내지른 비명이었다.
하필 첫 수업부터 회사 일이 늦게 끝나는 바람에 지각을 하게 되었고, 내가 헐레벌떡 강의실에 들어온 시점에는 자기소개가 거의 끝나는 무렵이었다.
‘자기소개라니! 수업 들으면서 천천히 친해지면 되는 것 아니었어?”
나는 I로 시작하는 MBTI의 소유자이기 때문에 이런 자리가 영 어색하다.
“안녕하세요, 저는 XX회사에서 XX업무를 하고 있는 아즈라니입니다.
제 회사 인생은 50살이면 끝날 것으로 보이고, 그 전에 제2의 인생으로 갈아타기 위해 대학원 입학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대충 이런 식으로 소개를 한 것 같다.
와우!
첫 주는 모든 과목이 다 자기소개를 하는 시기다.
나는 계속 마음속으로 비명을 내지르며 비슷한 말을 반복해서 했다.
왜 50살로 이야기를 했을까?
남들이 어떻게 생각을 하던지 내 인생을 계산해 보면 다음과 같다.
올해 부장을 갓 달았으니, 부장 4년이 끝나고 임원 진급이 안되면 자연스레 만년부장의 길을 걷게 되고 그 끝은 권고사직 또는 퇴사로 이어지게 되는 것을 수없이 많이 봐 왔다.
부장 4년 + 만년부장 2년. 길어 봤자 6년이다.
50대 초반이면 길고 길었던 회사 생활의 종착역에 도달한다는 말이다.
사실 이것도 회사가 잘 돌아갈 때의 이야기지 회사가 어려움에 빠지게 되면 가장 먼저 실행하는 것이 고가의 고정비를 잘라내는 것이기 때문에 만년부장들의 퇴사가 더 이를 수도 있는 것이다.
정신이 번쩍 든다.
내가 이 대학원을 왜 왔는지 모르겠지만, 뭐라도 하나 건져야 한다는 것은 분명했다.
나의 가족을 위해서, 나를 위해서
나는 변해야 한다.